존 패트릭 셰인리 감독 다우트 : 나의 의심에 대해 확신할 수 있을까?

 

이전부터 쉬게 되면 다우트를 꼭 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연기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Philip Seymour Hoffman)과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이 주인공이니까요. 별책부록으로 에이미 아담스 (Amy Adams)까지 나오니까요. 제가 애정하는 프로그램인 금요일엔 수다다의 책 읽어주는 남자편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어 더욱 애가 탔었습니다.

영화는 존 페트릭 세인리 (John Patrick Shanley) 감독으로 2009년작이며 런닝 타임은 104분이네요. 요즘 영화가 많이들 두 시간을 훌쩍 넘는데 다우트는 딱 적당합니다. 영화 보는 시간이 너무 좋지만 너무 긴 러닝 타임은 때론 집중력을 잃게 하더라구요.

 

참고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맡은 플린 신부의 'Doubt' 를 주제로한 설교장면으로 시작합니다.

 

'Doubt can be a bond as powerful sustaining as certainty'

의심은 확신만큼이나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이 설교를 통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 'Doubt 의심 혹은 의구심'이 어떠한 갈등을 유발하게 될지 미루어 짐작하게 됩니다. 더구나 주제가 의심이고 배경은 교회라니 살짝 뻔하긴 하지만.

영화는 두 주인공 메릴 스트립이 맡은 보수적인 알로이시스 수녀가 진보적 성향의 플린 신부를 아동 성추행이라는 혐의로 의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뒷받침만할 강한 증거나 증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의심은 평소 그녀가 플린 신부에게 가졌던 이미지들, 즉 편견으로 쌓인 의구심들이 점점 확실하다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짓고 점점 플린 신부를 강하게 압박하게 됩니다. 자신의 편협함에 휩싸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결국은 거짓말까지 하며 함정을 파놓고 플린을 교회에서 내쫓게 맙니다.

 

메릴 스트립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편협한 의심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압박하는 장면과 이에 대한 모욕감과 때론 억울함을 항변하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씬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누구의 편에도 서지 못하는 제임스 수녀역의 에이미 아담스 연기도 좋구요. 비올라 데이비스 연기 역시 짧지만 강렬하네요. 알로이시스 수녀가 성추행당했다고 믿는 아이의 엄마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인데 플린 신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수녀에게 맞서서 자신의 아이편에 서서 플린 신부에게 감사하다라고 하지요. 그렇게 영화는 내내 찝찝한 미스터리를 안고 있고 끝내 명확하게 끝나지는 않지만 인간의 편협함에서 시작된 의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보여줍니다. 저 역시도 그렇기도 하여 뜨끔하였습니다.

 

 

다우트는 굉장히 심플한 구성이고 두 주인공의 연기대결로만 쭉 보여지는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해서 보고나면 씁쓸해지고 나의 편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줄리앤줄리아에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두 주인공을 다우트에서 다시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킬링타임용 영화에 지치진 분들이라면 연기신들의 다우트에서의 연기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이제 필립의 연기는 못 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