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 절대악의 존재유무를 묻다

 

제목: We Need to Talk About Kevin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이즈라 밀러, 존 C.레일리

제작년도: 2012

런닝타임: 112분

관람: at home

 

영화는 집에서 봤는데 정확한 날짜가 기억이 안나네요. 케빈에 대하여 역시 금요일엔 수다다를 보고 챙겨본 영화네요. 린 램지 감독 영화는 처음이고 이 영화 이전이나 이후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없어 딱히 소개할 만한 것이 없어 아쉽지만 이 영화만큼은 정말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남는 작품입니다. 특히 연기파 배우 틸다 스윈튼의 영화는 믿고보아도 될만큼 재미와 작품성이 좋은 작품들이 많구요. 이 영화의 문제적 주인공역인 케빈 역시 이즈라 밀러가 소름 끼칠 정도로 연기를 잘해서 더욱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입니다.

 

영화는 주인공역인 엄마 에바가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을 보여주는데 미혼의 에바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었지만 아들 케빈을 임신하면서부터 자신의 삶이 아닌 아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여느 어머니들의 삶으로 점점 바뀌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에바의 모습은 한 장면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지는데, 아기 케빈을 유모차에 태워 거리를 지나가다가 공사장 옆에 서서 아기울음 대신 공사장의 소음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되는데 엄마 에바가 얼마나 큰 육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있지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케빈이 눈치채서였을까요. 케빈은 에바에게 짖굳은 장난을 하며 마음의 문을 열지 앉은채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상상도 못할 끔찍하고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이 끔찍한 사건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서 이 영화를 찾아본 계기였던만큼 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포스팅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어쨋든 이 영화의 화두는 아들 케빈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이 보이는데요. 영화 초반 아기를 임신한 에바의 모습을 보면 아이의 사이코패스 성향이 과연 엄마로부터 어떠한 스트레스나 좋지 않은 감정들이 원인이 되어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항간에는 유전적인 요소가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고 하네요. 영화에서 특이한 점은 평소 케빈은 에바를 계속 괴롭혔지만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 리스트에서는 제외가 되는 점과 이처럼 지켜보고 경악을 하는 에바의 표정을 즐기는 듯한 케빈의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자면 단순한 싸이코패스가 아닌 엄청난 애정결핍에서 시작되었을까하는 추측도 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모성애란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여성에게는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느낀다고 하지만 소수의 여성들에게 예외가 있지 않을까 추측하게 되지요. 그리고 준비되지 않고 원하지 않은 임신이 자칫 아기에게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작용된다는 점도 이 영화를 통해 주목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부의 자유로운 미혼 여성이었던 에바가 즐기던 싱그럽고 붉은 토마토 축제가 점점 피로 보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압권이지요. 또한 영화 내내 붉은 색의 장면들은 케빈을 낳고 큰 사건을 겪고 있는 에바를 상징하는 컬러로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제목이 그 자체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난후 먹먹하고 깊은 여운이 남으며 케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