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오랫만에 극장을 찾아가 본 영화였습니다. 지난 1년반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라 극장을 찾을 기회가 없었네요. 당시 워낙 입소문이 자자했지만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대략 봤을 때는 B급 코미디영화라고 생각되어 기대는 하지 않았죠. 저는 그쪽 취향이 아니라서 순전히 남편을 위해 고른 영화였지만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올 때쯤에 구스타브와 제로의 모험에 제가 함께 동행했던 것처럼 흥분되고 신나기까지 했습니다. 한마디로 유쾌함과 귀여운 영화장면들에 힐링이 되는 영화랄까요.
먼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화려한 출연진이 돋보입니다.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역의 랄프 파인즈와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 역의 틸다 스윈튼, 그녀의 아들역으로 애드리언 브로디, 젊은 작가역으로 주드 로, 마담 D.의 하녀 레아 세이두, 구스타브를 도와주는 동료 지배인 역의 빌 머레이, 독일 장교역의 에드워드 노튼등 워낙 스타들이 많이 나와서 설마 저 배우가 맞는지 저의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어요. 아! 어톤먼트의 얄미운 소녀 브라이오니의 시얼샤 로넌까지 출연진이 화려하네요.
영화 배경은 1927년 세대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한 그랜드 부다페스 호텔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소동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는 엄청난 남성 페르몬을 풍기는 지배인 구스타브가 부유한 여성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며 호텔의 전성기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로비보이 제로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입성하면서 그를 동경하며 보좌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세계최대 부호 마담 D.의 죽음에 한때 연인이었던 지배인 구스타브가 용의자로 몰리기도 하고 마담 D.의 아들 드미트리가 그녀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구스타브로부터 빼앗기 위해 킬러까지 고용하여 구스타브를 위협하게 됩니다.
어찌하여 감옥에도 억울하게 수감되었다가 졸지에 도망자가 되고 킬러로부터 도망다니게 되는데 이 때 그를 동경하던 제로와 그녀의 여자친구 아가사가 큰 도움을 받으며 위험을 모면하게 됩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가상의 공간인 '주브로브카 공화국'에 위치해있고 세계대전 중이지만 정확히 어느 시기라고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화같고 화려한 호텔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반면에는 전쟁의 잔혹한 모습도 함께 보여주어 마냥 유쾌한 소동극 영화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전작의 웨스 앤더슨 감독들처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장센의 절정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이 영화의 색은 핑크 그 자체입니다. 이 핑크가 흥행에 큰 힘을 싣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세계 여성들의 관심을 대폭 받고 있어요. 이 핑크무드는 주요배경인 호텔외관을 비롯하여 아가사의 멘들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이야기를 엮은 책등 각종 아기자기한 소품에서 빛을 발합니다.
기묘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씬들이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같습니다. 극장에서 놓치신 분들이라면 DVD나 블루레이도 출시되었으니 꼭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틀림없이 저처럼 웨스 앤더슨의 팬이 될 거에요. 조만간 로얄 테너바움부터 하나씩 챙겨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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