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케이블에서 우연히 헬프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리모콘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멈춘 것은 예전에 성시경의 음악도시에서 김혜리 기자님께서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무척 인상 깊었고 한번쯤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어쩌면 마침 딱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테이트 테일러 감독으로 익숙한 얼굴은 요즘 핫한 엠마 스톤과 다우트에서의 연기로 이동진 기자님이 극찬했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나오네요.
영화 헬프는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에 팽배해져있던 인종차별 속에서 흑인 가정부들의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엠마 스톤이 맡고 있는 스키터라는 20대 여성인데요. 그녀의 친구들은 부유한 남자와 결혼해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가정부를 두는게 삶의 목표인 반면 스키터는 저널리스트 또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독립적인 여성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학 졸업 후 집에 돌아왔는데 자신의 유모이자 우상이기도 한 가정부 콘스탄틴이 없어지자 매우 당황하여 가족들에게 물었지만 일을 그만두고 가족에게 돌아갔다라는 대답만 돌아오게 되죠.
고향에 돌아와 자신과 달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과 만나게 되면서 그녀들의 흑인 가정부와도 인연이 시작됩니다. 다만 노비문서만 없었을 뿐 엄마 가정부이자 딸의 유모였던 흑인여성은 딸이 결혼하면 그쪽으로 건너가 그 딸의 살림살이를 도와주며 다시 그 딸의 자녀를 돌보기도 했으며, 몇 십년간 한집에서 일한 여성은 그 집의 소유물로 여겨져 다른 집으로 취직도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비참한 대우를 받는 흑인 가정부들과 자신의 유모였던 콘스탄틴에 대해 연민을 느낀 스키터는 그녀들과 친구가 되기로 합니다.
오만한 젊은 백인 사모님들이 불결하다며 더 이상 흑인 가정부들의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 사용하게 되자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한 에이블린은 스키터와 함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진상을 폭로하는 책을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둘이 시작하였지만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용기를 낸 잭슨의 흑인 가정부들이 하나 둘 모여 책은 완성되어 출판됩니다. 이 책은 점점 호평을 받게 되어 잭슨의 백인 마녀들도 이 책을 읽게 되지요.
하지만 그녀들은 더 이상 움츠려 들지 않습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고 그들의 권리에 대해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고 불합리함에 맞서 싸웁니다.
영화 헬프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에이블린이 자신이 일하는 백인여자집의 딸에게 떠나기전 작별인사를 하면서 아이에게 말하는 부분입니다.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너는 착하고, 똑똑하고 소중해'
정말 간단한 대사이지만 무너져있던 자존감을 다시 찾는데는 이만한 조언이 없을 거 같네요.
이밖에도 스키터에게 콘스탄틴이 해주는 조언에서, 에이블린이 백인 여자집을 박차고 나오면서의 '진실을 말하는 순간 자유로워졌다'라는 독백속에서 주옥같은 명대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늦게라도 찾아보게 된게 다행이기도 하고, 극장에서 못 본게 너무 아쉽네요. 엠마 스톤 영화는 처음인데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네요. 너무 매력적이에요.
미니역의 옥타비아 스펜서도 매력만점의 연기를 펼치구요. 대부분이 흑인 아니면 백인 여성이 주로 나오는데 한결같이 캐릭터가 살아있네요. 특히 이 영화에 나오는 1960년식 빈티지 가구들이며 식기들이 나오는데 정말 이뻐요. 한번쯤 그 시대에 들어가 살아보고 싶을 만큼이네요.
저 역시 요즘 약간의 우울증과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인지 이 영화가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만 같아 보는내내 가슴이 콩닥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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