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Like someone in love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타카나시 린, 오쿠노 타다시, 카세 료등
제작년도: 2012
런닝타임: 109분
관람: KBS 독립영화관 20140525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TV로 보았네요. 직장인이었을 때는 월요일 새벽에 하는 프로그램 시청이 힘들었는데 백수가 되니 새벽 프로그램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이전에는 명화극장을 주로 보았는데 요즘 방영작들은 특별히 당기지 않더군요. 대신 독립영화관에서 방영하는 작품들이 재밌는게 더 많더라구요. 우리선희, 힘내세요 병헌씨등 평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많아서 매주 기대를 하며 봐야겠어요. 뭐. 대부분의 시청권은 남편이 쥐고 있는데 이 날은 먼저 잠이 들어버려서 편하게 봤어요. 사실 채널을 돌리다가 잉? 뭐지라는 생각으로 아무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일본영화 특유의 지루하고 난해함을 싫어해서 끊은지 오래였는데 이상하게도 제 취향이더라구요. 시청이 끝난 뒤 찾아보니 역시나 외국감독 작품이었네요. 이 영화는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작품으로 대표작을 찾아보니 그 유명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이네요. 필모그래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사랑을 카피하다'입니다. 제목은 낯설지 않은데 왠지 제목자체가 주는 묘한 거부감이 진부한 로맨틱 코메디이겠거니 했는데 사랑에 빠진 것처럼을 보고나서 꼭 한번 찾아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사실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는 못했고 아키코(타카나시 린)이 고급 바에서 노리아키(카세 료)통화하는 장면부터 보았습니다. 아키코로 나온 여주인공이 막돼먹은 영애씨에 나오는 영채와 매우 닮아서 동일인인가 하며 호기심에 채널이 멈췄더랬죠. 어쨋든 집요하고 스토커 기질이 다분한 남자친구가 있는 아키코는 알고보니 돈을 받고 남자들을 상대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비밀이 많은 여대생입니다. 영화는 1박 2일동안의 아키코에게 일어난 일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자친구가 계속 집요한 추궁을 하는 바람에 진땀을 빼며 전화통화(남자친구가 촉이 있었던 거죠)를 한 뒤 한 남자의 집주소와 연락처를 받은 뒤 택시에 올라타게 됍니다. 사실 이 날은 꽤나 우울했죠. 왜냐면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가 역근처에서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죠. 할머니는 시골동네까지 퍼진 그녀의 소문을 듣고 걱정이 되어 올라왔지만 끝내 그녀는 할머니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남자친구와 할머니의 관계속에서 불안함을 느낀 아키코는 그 남자의 집으로 내키지는 않지만 들어서게 되며 노교수인 타카시(오쿠노 타다시)를 만나게 됍니다. 부인이 죽은 후 독신생활을 하는 타카시는 아키코를 마치 친손녀가 할아버지집에 놀려온 것마냥 다정하고 편한하게 대해줍니다. 편안하고 아늑한 타카시의 집에서 남자친구와 할머니때문에 쌓인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지친 아키코는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마치 친할아버지처럼 타카시가 학교까지 바래다 주어 수업에 들어갑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던 중 학교앞에서 기다리던 노리아키와 타카시는 마주치게 되고 그녀의 할아버지로 오해를 하게 된 후 세 사람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 손녀의 남자친구의 평범한 대화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좁지요. 우연히 타카시의 실체를 파악한 노리아키에게 아키코는 폭력을 당하고 타카시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머리끝까지 분노한 노리아키도 타카시의 집에 찾아오게 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감독한 비슷한 나이로 추정되는 극중 타카시의 아키코에 대한 사랑이 느낄 수 있는데요. 부인이 죽은 후 독신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집에는 왠지 그의 외로움이 짙게 묻어나는데 그 안으로 날라들어온 싱그러운 아키코는 아마도 그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소중한 존재였을 겁니다. 지적인 노교수의 안정감과 편암함,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와 아키코의 분위기는 사실은 20대 콜걸과의 원나잇일 뿐이라는 일깨워주며 끝납니다. 집요한 남자친구역으로 나오는 카세 료는 정말 딱 떨어지는 캐스팅이지요. 일본 영화배우 중 믿고 보는 배우 중 한명이라 대부분 그의 영화는 믿고 보는 편입니다. 특히 타카시와 마주친 카세 료 연기는 항상 그렇듯 뭔가 조마조마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오쿠노 타다시 역시 이 역할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켄터키 할아버지와 닮은 그는 아키코가 다치자 허둥지둥 달려가는 모습이 애잔하고 귀엽기까지 하네요.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저는 이런 류의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보고 있노라면 대체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주인공들의 저 행동은 무슨 의미일까?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까? 궁금해하며 엄청 집중을 하며 보게 되지요. 이런 영화를 접하기가 사실 쉽지가 않은데 정말 오랫만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한국영화로 치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비슷하기도 하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돌발상황의 연속이라는 점과 그 연계성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물 흘러가듯이 흘러가는 장면 속에서 우연과 우연이 만나 자연스럽게 영화가 완성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본뒤 포스터를 봤으니 망정이지 포스터는 정말 영화분위기와는 안어울리네요. 일본배우들, 포스터와 콜걸이라는 소재를 보고 찾아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이니까요. 평소 카세 료의 팬분들이라면 찾아보시면 좋을 거 같구요. 타가시의 집 인테리어가 제 취향이라 저는 다시 한번 이 영화를 찾아볼 예정입니다. 소품과 음식들, 인테리어가 제 취향인 영화들은 정말 보는 즐거움을 배로 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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