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 선택하셨나요?

 

어제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 보셨나요? 저는 4시 40분까지 졸음을 참다가 결국 자버렸답니다.

자기전까지 3사 방송중 어떤 방송의 중계를 볼지 정해지 못해서 이리저리 리모콘만 돌렸어요.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할 때는 어쩔 수 없이 SBS만 봤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MBC와 KBS 의 스페셜한 해설진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서 고민스럽기까지 하네요. 지난 독일 월드컵 때 매우 인상적이었던 차범근, 차두리 부자의 해설을 워낙 좋아했던지라 가장 마음이 가는 건 SBS 방송이긴 합니다.

 

 

얼마전 S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두리아빠 축구바보 그리고 전설, 차범근'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차범근 해설위원의 독일에서 받고 있는 명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 감동스럽기까지 했어요. 저희 부모님 세대의 선수인지라 그냥 유명하고 독일에서 잘한 선수일 뿐 미루어 짐작했었는데 현재 젋은 독일인들까지 그를 알아보고 영웅이라 칭송하는 걸 보니 존경스럽더라구요. 오죽하면 지켜보던 배성재 캐스터가 프랑크푸르트 시장 후보로도 손색이 없겠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동감이었어요.

사실 축구계 거물인 차범근 해설위원에게 축구경기 중 어느 누가 반론을 펼칠 수 있겠나 했는데, 바로 그의 아들인 차두리 선수가 옆에서 중계의 재미를 더해주지요. 차두리의 그 유명한 '사기' 멘트가 그러하지요.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당시에는 저 역시 흥분하여 차두리의 멘트를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후에 다시 보니 방송으로는 수위가 세긴 했어요. (물론 사기경기였다고 저도 생각하지만) 더불어 중계초반의 배성재 캐스터의 재치만점 멘트와 적절한 수위의 깨알같은 디스가 차범근 해설위원의 중계를 권위적이지 않고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 주지요.

 

 

다음은 아빠어디가의 세 아버님들이 중계하는 MBC입니다. 안정환 선수 합류전까지는 호감이 적긴 했었는데, 지난 월드컵 출정식 튀니지전 중계를 듣고 급상승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아빠어디가의 리환군 아버님 캐릭터가 매력만점이라 중계방송까지 연결이 되더군요. 특히 답답한 우리선수들 경기를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오는데 중계진들이 선수들을 응원하는 식의 멘트만 하면 더 답답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안정환 선수는 방송인 초보단계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향이 그런지 시원하게 긁어주는 멘트를 많이 하구요. 아빠어디가나 축구중계를 보면 가식이라던지 형식의 틀을 깨는 솔직함이 많이 보여 애정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배성재 캐스터 못지않은 깨방정이 재밌지요. (3분이 함께 방송했던 월드컵 스페셜 '꿈을 그리다' 꽤 재밌습니다.) 어쨌든 어린이쪽 입담 전문방송인 김민율군 아버님 김성주 캐스터는 믿고 보는 방송인이고 사이사이 지아아빠 송종국 선수의 해설까지 더하면 MBC 역시 놓치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KBS 중계방송은 조우종 캐스터와 이영표 선수가 하고 있죠. 요즘 예전 전현무처럼 KBS가 키우는 아나운서가 조우종 캐스터인데요. 사실 배성재나 김성주에 비해 살짝 인지도가 낮은게 흠이지만 예능에 나오는 걸 보면 재치가 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위조절을 못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영표 선수는 너무나 반듯하고 진지한 이미지라 중계 역시 그럴거라는 예상을 하게되고 지난 가나전 때 방송을 보니 살짝 지루하더라구요. 재밌었던 건 새로 합류한 김남일 선수였는데 이영표 선수에 대해 지루한 친구라고 했던가 아무튼 김남일 선수답게 솔직한 입담을 과시하던데 옆에 있던 아나운서와 한준희 해설위원의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어쨌든 아직 중계방송을 선택하지 못해 고민스럽지만 이제 월드컵이 막 시작했을 뿐이고 경기는 한달간 매일 있으니까 골고루 신나게 즐겨도 될 것 같습니다.